2025 을사년 신년사
함께 세워 가는 행복한 한인 공동체
류응렬
와싱턴중앙장로교회 담임목사
연일 어수선한 한국 상황을 듣고 있는 중에 들려온 비행기 사고 소식은 동포사회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합니다.
비록 이국 땅에 발을 딛고 서 있지만 늘 조국을 생각하며 걸어가는 이민자들에게 올해처럼 애틋한 마음으로 한국을 걱정하는 시기도 드물 것 같습니다.
한국은 다양한 역사의 굴곡을 겪은 나라입니다. 위기가 다가올 때마다 우리 민족은 놀라운 지혜와 열정으로 역경을 극복하고 온 세계가 부러워하는 놀라운 성장을 이루어 왔습니다.
이번에 불어닥친 위기도 잘 이겨낼 것입니다. 특별히 세상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믿는 교회 공동체가 이런 어두운 시기에 산 위의 등불처럼 세상을 밝히는 빛의 역할을 감당하기를 기도합니다.
새해는 워싱턴 지역의 한인사회가 찬란한 봄날 같이 꽃 향기가 흐르고 사랑이 지배하는 따스한 동포사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각 교회마다 하나님의 은혜로 비상의 날개를 펼치고 한인사회의 등불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특히 중앙일보를 통해 한인 동포사회가 더욱 밝은 내일을 노래하고 함께 행복을 꿈꾸게 되기를 소원합니다.
새 해를 맞이하면서 어려운 순간을 만날 때마다 제가 떠올리는 세 가지 라틴어를 나누고 싶습니다. 첫째는 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는 말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 연설에서 매일 아침 오늘이 인생 마지막 날이라면 어떻게 살 것인가를 떠올리는 것이 삶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거울 속에 자신을 볼 수 있다면 행복하고 감사할 이유가 충분한 사람입니다. 어제 세상을 떠난 사람이 전부를 드린다 해도 얻을 수 없는 하루를 선물로 받았기 때문입니다. 오직 오늘이라는 날 동안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사명을 위해 고결하게 불태우 다가 주님 앞에 서야 할 것입니다. 우리 한인사회가 이런 자세로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대하여 행복한 사회로 만들어 가기를 기대합니다.
둘째는 Carpe diem, 현재에 충실하라는 말입니다. 영어로 표현하면 Seize the day, 오늘을 잡아라, 주어진 오늘 하루의 삶에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제는 흘러간 물과 같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기에 매일 순간을 가치있게 살아간다면 인생은 참 아름다운 향기로 충만할 것입니다.
셋째는 Amor fati, 운명을 사랑하라는 말입니다. 내 삶이 하나님의 절대주권 안에 놓여있다면 우리는 어떤 삶이 펼쳐진다 해도 모두 안을 수 있고 사랑 할 수 있습니다. 하루 저녁에 사라지는 안개 같은 연약한 존재 앞에서 허무를 노래할 것이 아니라 한인 사회는 광야의 삶을 지날지라도 약속된 가나안 땅을 바라보며 소망을 품기를 기도합니다.
하나님이 하늘에 계시고 땅 위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달려가야 할 사명을 품고 있다면 우리는 영원히 아름다운 인생을 노래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워싱턴 지역의 한인사회가 각자에게 주어진 고귀함에 눈을 열고 서로를 더욱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우리 삶의 주인이 되시는 하나님 앞에서 모두 한 가족 같이 따스한 행복공동체를 함께 만들어 가기를 기도합니다.
중앙일보